'오늘은 직접 서점에 나가 실물로 보이는 책들을 보고 실용서를 사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잠실에 있는 교보문고를 갔다.
사실 별다르게 할 일도 없고, 집에서만 너무 땡까땡까 노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버스를 타고 나서 mp3의 전원을 눌렀더니 배터리가 없다.
뭐야 이거~ 하면서 조금 쟁쟁거리기는 했지만, 워낙 사람이 없는 버스라 음악을 듣지않아도
여유있고 편안했다. 날씨좋네- 하면서 창 밖을 좀 바라보다보니까 벌써 잠실에 도착해서
누런 높은 건물이 보인다. [금빛 찬란하다고 할 순 없잖아?]
생각보다 대낮에 사람이 많아서 조금 놀라웠지만, 그래도 종종걸음으로 기분좋게
교보문고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것이 어인일. 서점안에는 밖에보다 사람이 훨씬더. 무지하게 많다.
이거 내가 첫번째로 사기로 한 책은 무려 수험서인데 이 나이에
"한번에 붙을 수 있는!!" 이라던가 "실속 요점 정리!!" 이런 책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한심해보일까하는 생각을 조금 하면서 요리조리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친절하게 적혀있는
분류판들을 지나서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 곳에 딱 섰다.
그리고 그 순간 바로 비참해졌다.
내가 살 책은 대강 그 한 과목에만 한파트를 줘서 있었는데,
많은 양은 아니였지만, 6칸쯤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그 책을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말 그 곳만 텅- 비어있다고 해야하나.
이거 뭔가 시기를 잘못타서 사러 온걸까. 아니면 다들 이런 책따위 사지 않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뻘쭘해졌다.
갑자기 그 곳에 혼자 서있는게 무안해서 배터리가 없는 mp3가 원망스러워진다.
그래도 사러나왔으니까 사야해. 하면서 혼자서 꽤 열심히 쪼그려앉아서 이 책 저 책 어떤 것이
좋을까를 한참 보고 있는데 더 비참스러워진다. 무려 책이 다들 비싸다 OTL.
물론 이 시험을 위해 죽자살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비싼 강좌를 듣는 사람도 있고 그렇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생각보다 비싸다.
게다가 봐야하는 과목도 많고, 한 권 보는 걸로 될 것 같지도 않은데
다들 가격들이 쎄서, 이런 제기랄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시험이 꽤 많이 남아서 두고두고 살펴봐야하는건데, 하나씩 꺼내서 읽어볼수록
과연 이런 전혀 실무와는 관계없는 공부를 다들 왜 하고있는걸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다. [사실 공부해야한다는 느낌이 싫었던거겠지;;]
대강 가격대와 지금 현재 내 입맛에 맞는 책을 골라서 옆구리에 끼고는 요즘 어떤 책들이 나왔나
슥 돌아보면서, 나온 김에 끌리는 책도 하나 사야지하면서 나름 귀여운 표정으로 책들을 쳐다봤다.
사람들은 많고, 책들도 무지하게 많다. 뭔가 통일감이 없게 느껴져서 조금 어지럽다.
안전빵으로 일본소설쪽을 가보자하고 갔더니 '에밀리'의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예쁘장한 표지로 깔끔하게 래핑되어 있는 표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어쩐지 끌리지가 않는다.
아마 그 쪽의 모든 책들이 그렇게 조금은 강렬한 표지로, 샘플북을 제외한 판매용 책들이
예쁘장한 메모장같은 것들을 하나씩 부록으로 등 뒤에 달고 있어서일까.
에- 하는 기분으로 서있는데 무라카미 류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 - . 보고 웃음이 픽 나서 집어 들었다. 내가 처음 읽은 무라카미 류의 책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였는데 그 때 나는 그 자리에 굳었었다.
그 책을 정말 아무 기본지식없이 초등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줬기 때문이다.
나중에 책이 19금 딱지를 붙이고 래핑이 되어 와서 이게 뭐지? 하면서 뜯어 읽었다가 급당황.
내가 이런걸 꼬마들이 책 읽는데다가 비치하려고 했단 말인가!!! 하면서.
쨌든 그런 무라카미 류의 책치고 너무 표지가 귀엽다. 알록달록?
그 양반이 13세의 헬로워크라고 아이들을 위해서 직업에 대한 소개서를 쓴 것이 있다.
그래서 그런 종류로 조금 가벼운 소설을 쓰신건가싶어서 들어서 조금 읽어봤더니,
이거 어디선가 읽은 내용이다.
에. 어디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딘지는 모르겠어서 조금 집중하면서 생각해봤는데
도통 기억이 나질않는다. 이거 설마 데자뷰? 라고 엉뚱한 생각을 해보지만 그건 아닌것 같다.;;
그러면서 아마 하드커버로 새롭게 나오는 책들인가보군, 하는 생각이 들자 꽤 짜증이 난다.
예전 책들이 내용의 느낌을 잘 나타나있었는데 그에 비해 요즘은 다들 너무 아름다운 표지로
반짝반짝 거리고 있다.
어쩐지 모두 내용이 아니라 겉모습으로 세일즈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안그래도 우울했던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에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옆으로 이동이동 해보아도 기분이 쉽게 좋아지질 않았다.
그 기분에 어려운 문체의 책을 읽고싶지는 않아서, 일본소설이라고 써있는 구석에 가서
느낌대로 아무책이나 뽑자- 하는 생각으로 책들을 쭈욱 봤다.
그러다가 집은 책이 '러브홀릭'. 담담하게 생긴 책등이 마음에 들어서 빼서 봤더니
"나는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너무 꽉 잡는다. 상대가 아파하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이제 두 번 다시 누구의 손도 잡지말자. 체념하기로 정한 것은 깨끗하게 체념하자.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과는 정말로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내가 나를 배신하는 짓 하지말자"
라는 작은 글씨가 제목 아래 써있다.
야마모토 후미오. 마음에 들었어. 하는 기분에 책을 집었다.
조금 때가 타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잖아. 하면서 말이다.
돌아올때는 날씨가 쌀쌀해져서 조금 몸을 말아서 작게 만들어서 빠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들어와서 따뜻한 집에서 데굴데굴, 집에 제일 좋구만-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낮 시간에 놀자고 꼬여냈던 친구가 그때서야 연락이 와서 다시 재빠르게 밖으로 나가서
막걸리를 한잔 했다.
막걸리를 마시고, 꼭 중반까지는 읽고자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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